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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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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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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정호
 조회 :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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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간에 창밖을 보니, 눈, 눈이다.
구정 다음날, 귀국 사흘째
온 창을 가득 채우고 눈이 내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눈을 보고 다시 가슴이 뛴다.
이과수의 내리쏟는 폭포 덕분이다.
똘레스 델 빠이네의 개활지를 나는 콘도르 덕분이다.
와이나 픽추 정상의 흰구름 덕분이다. 구름 걷히며 모습을 드러내던 공중도시 마추픽츄 덕분이다.
하늘과 맞닿은 우유니의 소금호수 덕분이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너무나 조화롭게 솟은 리오 항구의 산등성이와 집들 덕분이다.
비글 해협의 귀여운 펭귄들, 근엄한 황제 펭귄, 바다사자들 덕분이다.
끝없는 포말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던 세상 끝의 빨간 등대 덕분이다.
폴로리다 거리에서 만난 탱고 무용수들 덕분이다.
리골레타의 에비타 묘지에 꽂혀있던 빨간 꽃들 덕분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립미술관의 눈부신 명화들 덕분이다.
라파스의 마녀시장에서 산 알록달록한 가방 덕분이다.
무리요 광장을 울리던 대성당의 종소리 덕분이다. 광장을 가득 메운 비둘기 덕분이다.
우유니 사막에서 만난 여우 덕분이다. 플라맹고 덕분이다.
아이젠 신고 스릴을 타던 빙하 덕분이다.
그란데 폭포에서 나를 쓰러뜨리던 바람 덕분이다.
그레이 호수 강풍 속에 유연히 기다리던 유빙 덕분이다.
사진을 찍다 날려버린 아내의 새로 산 모자 덕분이다.
.해발 3000여 미터의 고도 꾸스꼬에서 밤은 혼란스러웠다.
이름 모를 새는 울어대고 나는 이 여행의 끝에서 어떤 자세로 서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스카, 이카사막, 우유니, 마추픽츄, 달의 계곡, 발파라이소, 똘레스 델 빠이네, 모레네 빙하, 비글해협, 이과수 폭포, 리오 네 자네이로 등을 거친 지금
내 안에 다시 생명이 뛰기 시작했다.
조용히 흐르는 물의 시간을 뚫고 피끓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남미 여행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우산을 들고 내리는 눈 속을 걸어야겠다.
아니, 우산이 없은들 어떠랴.
* 저의 남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언젠가 또 훌쩍 아직 가보지 못한 아프리카로 혹은 중미로 떠나고 싶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준 레이나의 문을 똑똑 두드릴 게요.
차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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